2월 14일부터 3월 5일까지 열리는 3인 작가생존신고 전시는 각자의 개성과 자기주장이 가득한 작가들이 각자마다 다른 자가격리법과 그 안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버티는 생존노하우를 공유하는 전시이다.
권진우 작가는 흑백으로 말한다. 이 작품들은 작가의 내면을 드러낸 자화상이기도 한다. ‘재(Ash)’라는 타이틀로 구성된 연작들은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현대 중년남성 같기도 하다. 어릴적 몸이 약해 1년 내내 깁스를 한 적도 있다는 작가는 안동대 조각가 재학 중 자니만의 재료를 찾으라는 숙제에 고심하다 깁스 석고에서 영감을 얻어 단단한 붕대로 옷을 만들고 피규어의 주재료인 FRP로 얼굴의 섬세하고 디테일한 표정을 조각한다. 구도적인 흑백의 호소력이 작품에 짙게 베어있다.
언경 작가는 기억과 환상을 캔버스에 섞어 특유의 염세적이고 몽유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언가 결핍된 사람들, 욕망과 실망, 체념을 거듭 반복하여 널뛰는 감정기복을 작가는 리드미컬한 선과 강렬한 색채로 생생하게 끄집어 낸다. 그녀가 담아내는 이 젊음의 한자락은 궁극적으로 성장이며 용서와 발견의 과정이기도 하다.
장수시 작가는 현재의 동시대적 가치를 은은하고 섬세하게 동양화로 풀어낸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 인연을 소중히 하고 일상의 행복을 찾는 작가다. 잔잔한 풍경 속의 오밀조밀한 인물들은 모두 얼굴과 옷, 포즈가 다 다른 다양한 인물들이다. 그녀의 군중화에선 누구하나 튀는 주인공이 없고 모두 평범하고 보편적인 사람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인연은 순환인지라 작품에도 원형적인 구도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