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잊은 줄도 모르던 평범한 사물 하나가 느닷없이 기억 깊은 곳을 헤집을 때가 있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처럼 마들렌 과자 냄새 하나로 어린 시절 전체가 쏟아지는 듯한 느낌, 또는 경험한 적도 없는 과거에 대한 이상한 그리움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래서 어떤 작가들은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대신, 멈추게 하는 작업을 합니다.
김성호 작가는 기억을 엮습니다. 무심히 놓인 물컵 하나, 꽃 한 송이—그것들이 만드는 그림자까지. 그가 보는 사소한 것들은 사실 사소하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시간의 감각을 더듬고, 잊혀 가는 낭만을 붙잡으며, 좁은 현실 안에서 희망을 제안합니다.
백수정은 공간 안에 시간을 가두어 버립니다. 가라앉은 오후, 특별할 것 없는 하루 안의 설명하기 어려운 색의 조화 속에 그녀의 작가적 진실을 담지요. 그녀의 화면은 호소하지 않고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머물러 나를 붙드는 과거의 시간처럼 말이지요.
이 전시는 정지된 사물들이 소환하는 비자발적 기억들—흘려보낸 것들, 환원되지 못한 채 남겨진 감정의 잔여를 잠시 세워 두는 자리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