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필치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내 작품의 오리지날리티로 삼고자 했었다. 지난 20년간 [그림의 표면] 연작들은 그렇게 나왔는데, 유동성이 좋은 아크릴릭 물감이 빠르고 거친 필치들을 가능하게 했다. 검정과 휜색만 사용할 때, 더 활발한 필치들이 분방하게 화면 전체를 뒤덮었고, 산이나 소나무 등의 형상들을 드러나게 했다. 빠른 필치를 쓰는데 방해가 되는듯 했던 색채의 더 큰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미술사에서 우열을 다투어왔던 뎃생과 색채, 화가들의 여러 색채론도 머릿속에는 있었지만, 가슴에 와 닿아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예술은 냉철한 이성보다는 열정, 감정, 감동 같은 것들과 더 가깝고, 친절한 산문보다는 응축된 시에 가깝다는 것을 늦게서야 깨달은 것이다. 이제 색채가 필치보다 중요해진 것과 동시에 스케일도 중요해졌다. 우리가 자연에서 느끼는 감동의 대부분은 경이로운 스케일에서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캔버스에 큰 대상을 축소해서 그리는 것보다는, 작은 것을 크게 그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산과 소나무는 그렇게 꽃이 되었다.” – 오병욱 작가